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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사진

저들처럼


황량함이 아름다울 수 있다니.

 내 정서의 기이함을 나조차 낯설게 여기지만,나는 잡풀이 우거진 버려진 땅이나 마른풀이 서걱이는 바람소리가 좋다.

 그날의 영암사지에는 바람만과 가벼운 햇살만 있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절 들입의 밭에 거름을 내는 아저씨의 분주한 노동이 미안스러웠다.

 하릴없이 팔자좋은 사람으로 읽히겠다 싶기도 하고,민폐되지 않으려 조심했다.

티내지 않게 낯선 고장을 기웃대는 버릇은 몸에 담긴 정서였다.

 두마리의 사자가 떠받든 등에 불이 밝혀지고,야단법석이 일던 절의 흥성이 전설처럼 스쳤다

지금은 푸름으로 향해 가는 계절이라 온전히 비워져 폐사지의 정서를 밝혀주던 느낌은 간데 없이 사철 좋은 놀이객들의 수선스러움에

들끓기도 할 것이다.뒷산이 황매산이니 철쭉제가 있을지도 모를 그곳은 꼬리에 꼬리를 문 산객들로 분주할 것인데 문득 이른 봄날의 그곳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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