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엔 소나기 화들짝 지났다
가마솥이나 뜨거운 돌에 한번씩 끼얹는 물이 은근히 증기로 덥히듯 질긴 더위에 놀란다
오래 살아오면서도 이곳에서 서로 왕래하거나 하는 일 좀체 없는데,누군가 두드리는 문소리에 내다 보니
윗집이다.
늘 킹콩이 산다고 생각했는데,킹콩은 너무 날씬했다.수박 한덩이가 너무 커서 나눠 왔노라시니,그동안 새벽마다 맘껏 디디고 다니며 은근히 신경 쓰이게 한 많은 날들이 싹 날아간다
수박은 맛이 없었지만,물 대신 먹을 정도는 되었고,나도 고마움을 담아 짧은 메모와 함께 건넸다
이웃이라기엔 서로 무심한 편이고,이 통로에 누가 사는지 제대로 파악할 생각이 아예 없다.그렇지만,간신히 윗집만 서로 알게 되니 신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