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의 언니는 여전히 백세를 바라는 모양인지 정말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한다
걷기에 열중이고 좋은 음식을 먹으려 애쓰고 무엇이든,진취적인 습관이니 생에 대한 끝없는 활기가 차마 그때를 알 수 없으니 생각할 겨를조차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엔 정리하는 의미에서 세간의 자잘한 것들을 버리고 또 버린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딸에게 아들에게 남겨주고 싶어서 갈무리 하는 것들이 많겠지
한때는 날 고립시키고 자기네들끼리 뭉쳐서 내 흉을 보고 서로 연락않고 지내는 시간이 더 많았다
부모님의 병세가 깊고,오랜 병간호의 시절을 보내던 나와 늘 관계가 좋지 않았다
부모님과 오빠들이 모두 떠나고도 내 판단으로는 자기네들의 도리를 다하지 않았다는 일말의 양심이 나를 향한 적대감으로 표현되어 서로 감정적이 되었다가 절정은 셋째언니의 장례를 치를 때였던 것 같다
자기네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고,그렇다고 자식들조차도 보내지 않았던 코로나시대의 장례는 장례식조차 없이 떠나보내야 했던 시기였지만,그런식의 언니들이 너무 싫었고,어떤 변명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렇지만,또 그후 삼년이 흐르니,이전의 감정도 도리없이 저 발치에 눌러야 하는 시기가 되어버렸다
매일 하루에도 수차례 전화하고도 모자라 오늘은 영상통화로 집안 구석구석을 다 순례하고 냉장고 까지 열어보이며 자기가 얼마나 살뜰히 살림을 하는지,또 집안 관리를 하는지를 내게 보여주었다
여든이 다 되어가는 할매가 연애하는 사이도 아닌 내게 그런 통화를 하다니 놀랍다
나는 전화비용도 아까워 받는 용도로만 쓰는 것을.
전화받기 싫어서 부러 화장실 갔었다고 하고,밖에서 일하느라 못 들었다는 말도 이제 걸렀다
걸핏하면 영상으로 통화하면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