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속이야 몇번이나 했지만,그게 어디 약속한다고 되는 일인가? 엄마를 보살피며 늘 하는 말이,떠나는 날까지 딸의 이름을 알아야 하고,알아봐야 할 것이며 용변을 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었다
그리고,가시는 날이 가을이거나 봄날이었음 좋겠다 했지만,지독히 더위가 몰아치는 날.그러니까 엄마의 생신을 한주 지난뒤 돌아가셔서 오뉴월이 기일이라 매년 힘들었다
뜨거워서 분골한 가루가 미처 식지 않았던 뜨거움이 날씨와 결합하여 더 뜨거웠는데,엄마와 아버질 둔 곳에 오빠를 데려 갔을 때도 오빠는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던 시기에 떠났기에 다들 뜨거움을 감내하여야 할 기일이다
엎드려 절 하지는 못해서 술잔을 가지런히 술을 따르고 간단한 재물을 차려놓고는 묵념하는 것으로 오빠를 보는 일을 마쳤다.특징 없는 소나무 아래 가루를 묻고 처분하기 어정쩡한 안경을 묻어주면서 혹여라도 저세상에서 눈 어두우면 안되겠지 하던 기억도 아련하다
첨에 몰라서 유골을 뿌릴때 무언가 잘못되었다고,아는 무속인이 비방을 일러주어 다시 소나무자리에 올랐을 때
얼마나 겁이 났으면 세 곳을 파고 묻으라는 것도 잊고 어서 파고 묻어버려야지 하고는 한곳에다 파고 묻어버린 일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살았던 일,이제 부모님의 일을 잊고 오빠만 기억하는 곳이 되어버린 산길
한갓진 길이어서인지 간간 누군가의 흔적을 읽기도 한다
나무 앞에 놓여진 하얀 고무신과 양말을 본 적도 있고,꽃이나 술병을 보기도 한다
내가 아니면 이제 장소도 잊혀질 일이고 누구도 찾아오지 못할 곳이다
그래도 동생이 있어서 챙겨주니 좋아라 할까?
오빠둘과 나는 이제 찾아서 챙길 사람 없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