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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1

바람의 말

바람이 열일 하는 동안 겨울 길은 닳아져 반들거리고,펄럭이다 끊어지기도 하고,펄럭이다 날아가버리기도 한다

 펄럭대는 검정비닐이 걸쳐진 나뭇가지

지금쯤 시골 처마밑에서는 부스럭대며 말라갈 시래기 다발들,무청시래기와 배추시래기를 엮어 겨우내 말라가다

몇 갓을 내려다 가마솥에 뭉근히 고아내어 불리면,이렇게 추운 날이면,불려둔 시래기통에 얼음이 꽁꽁 얼기도 한다

얼음 언 시래기통에 더운물을 끼얹어 건져다 숭덩숭덩 썰어넣고 된장으로 조물조물 무치다가 쌀뜨물을 붓고 푹 끓이면

익숙한 시래시국이 된다

시락국이라고도 한다.어릴때는 그 국이 싫더니만,나이들어가니,시래기도 이젠 특별한 음식처럼 여겨진다

입에 대해 포시라운 시대여서인디 그떄는 그냥 막 먹어대던 시래기를 껍질을 벗기고 끓이거나 볶거나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고,거친 배춧잎이나 무청이었던 것이 이제는 시래기용으로 키워져 상품이 되어 팔리고 있으니

맛에 대한 혀의 요구가 참 요사스럽기도 하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해는 어설프게 시래기 몇닢 엮었다가 보름날 삶아 묵나물로 볶았었다

올해는 예기치 못할 상황으로 김장을 건너고 나니 시래기도 시래기국도 아직은 먹지 못했다

영희엄마는 분명 시래기를 삶아내고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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