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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1

버려지다

큰 오빠를 버린 곳

  하룻밤을 지낸 오빠를 우리끼리 모의하듯 불살라서 그 당시엔 무표정한 아저씨가 쓰레받기로 쓱쓱 쓸어담은 뼛조각들을 절구에 넣고 빻아서 건네주었다

팁을 주면,곱게 빻아주고,그러잖으면 거칠게 빻아준다는 소리가 있었던 시절

멀지 않은 시절이다

사십년이네.벌써

평생이라야 서른아홉해 술이 망치고 악습이 망치고 가난한 세월이 망쳐버린 청춘은 한번도 청춘이지 못한 채

그렇게 떠나야 했다

엄마의 첫아이였을 오빠

나와는 거의 부모뻘이 되는 오빠다

그 오빠의 막바지 수발을 들었던 나는 지옥같았던 순간을 오래 잊은듯해도 낱낱이 기억하고 있다

우리가 줄지어 지나던 논두렁과 저 강물에 오빠른 내려놓을 때

식지 않은 성근 뼛조각이 그대로 가라앉았었다

한줌씩 오빠의 뼛가루를 놓으며 작은 오빠의 친구들이 "형님 잘 가세요"라고 말하던 기억

언니들이 울던 모습

그리고,죄인처럼 돌아왔을 때

맨발로 쫓아나오면 우시던 엄마 "그단새(그사이) 내삐리고 왔구나"

하시던 말대로라면

강물에 버린 오빠를 생각한다

불행했던 청춘이 원래 노인처럼 태어났고 그렇게 살다 떠났다는 것

강변을 걸을 때면 생각한다.불행한 가계의 지독한 불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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