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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1

산책

 

겨울집에 살면서 늘 따뜻한 것에 대한 갈망 때문에 추운계절이 너무 싫었다

 버튼 하나로 따뜻한 물과 방을 데우는 것만으로도 부자라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겨울집은 시베리아로 불리며 겨울밤 벙어리 장갑을 끼고 두터운 점퍼를 걸치고 앉아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면 입에서 입김이 나오고 코끝이 시렸다

외풍이 세어 집을 수리하기전엔 바람이 어떻게 길을 잘못 찾으면 저절로 문이 스르르 열려서 깜짝 놀라면서도 

웃으며 "바람님이 오셨네" 혼자 중얼거리곤 했다

이제 겨울집에도 버튼 하나로 방도 데우고 뜨거운 물도 쓸 수 있지만,여전히 외풍 센 그 집에는 사철 겨울인듯 하다

냉장고 하나와 고개 꺾인 선풍기가 하나 주워다 놓은 선풍기가 또하나 그렇게 두칸 방에 하나씩 놓인 선풍기는 곰팡이나 습기를 날려줄 용도로 더많이 쓰이던 것인데,겨울이면 비닐봉투를 뒤집어 쓰고 잠시 휴식에 든다

겨울집 떠나 허름한 아파트로 왔지만,이곳도 외풍이 있고,바람이 불면 창틀이 통째로 날아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잠을 설치게 되는데,그런 바람이 오늘 불었다

서울에서는 눈이 오고 이곳엔 비가 가끔 지나고 바람이 미친듯 불다 멎다 그런데도 빨래는 안 마르는 이상한 추위가 어둡게 끼쳐와 이불안에서 졸까?하다 분연히 떨치고 일어난 것은 마음이 무거울 땐 몸을 재게 움직여 보기라도 해야지 하는 의지 때문이다.맨살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가지를 치고 구름은 뭉쳐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주로 참나무가 세력이 센 산이라 이제 숲은 속이 훤히 보이기 시작했다

연신 은근히 또는 노골적인 오르막을 진행하는지라 땀이 흘러 점퍼를 벗고 걷노라니 등은 시리고 코끝도 시리고 손도 시렸다.낙엽이 수북히 쌓여 사람들이 지난자리를 낙엽길이 드러나 누군가 매일 걷고 있다는 것을 이른다

혼자 천천히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오르는 산인데,올해는 몇번 오르지 못했다

올 겨울 또 이렇게 땀 흘려가며 오를까 싶다

시베리아 집이 있는 마을 뒷산 어릴적엔 나무하러 오던 곳,또 우리의 놀이터가 되어준 곳

이제는 시름을 벗어나려고 오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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