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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1

조문

누구도 밭의 주인이 아니면서 우연히 단지 옛집을 통과한다는 이유로 내게 떠맡겨진 텃밭 때문에

 한차례 고지전을 은근히 치열하게 벌였던 지난 봄

부모님이 떠나신후 마을 어른들께 내부모님께 하듯 찾아뵙고 인정어린 마음을 드렸지만,그분들은 곁을 주는데 인색하시고

그건 아마 어려운 시대를 거쳐온 본능같은 습관 때문에 자신들의 그릇에 너무 치중하는 것이 속으론 못내 서운했지만

그래도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고 그랬건만,인사받는 태도가 살짝 달라지시고,마을회관의 화투모임에 출퇴근하시는 할매들을 웃으며 바라보곤 했었다.불과 엊그제 그렇게 종일 회관에서 화투하시고 퇴근하시는 걸 뵈었는데..어른들의 바람대로

크게 아프지 않고 자는잠에 가신건지 급작스레 듣는 부고가 오늘 두 건이 있었다

또 한사람은 읍내 치과의사로,언니의 동창인 그에게 지난달 진료를 받으러 갔었는데..젊은 나이에 또 한분은 그래도 여든을 훨씬 넘기셨으니 이른 죽음은 아니셨다

나와 묘하게 뒤틀린 오라버니의 어머니,마을에서 새댁으로 그리고 노인이 되어 떠나신 분들이 늘고

마을은 자꾸 비어가는 것이 못내 서글프다.

것도 모르고 친구네 집 첫김장을 해주러 갔다가 도대체 얼만큼 아끼시려고 재력이 넘치면서도 난방을 하지 않으신 친구어머니의 전망좋은 집에서 어찌나 떨었던지..김장 삼십년이 넘게 백포기의 김장을 하던 시절부터 이젠 절임배추 세박스쯤이야 껌인데도,어깨를 아끼라면서도,올해도 변함없이 그집의 김치를 버무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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