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런하기로는 따를 사람이 없는 양씨네 일가의 담장에 무엇인가 고물고물 싹을 틔웠다
마을주민이라고는 대부분 평균연령이 일흔쯤 된 분들이 한해 농사를 시작했는지 땅은 뒤집히고 팽팽한 비닐도 깔렸다
겨우내 잘 자란 마늘이 제법 키를 키우고 닭똥거름내 진동하는 것도 이무렵이다.
화목보일러를 쓰는 집이 늘어나면서 집집마다 군불연기가 오르는 것이 예전의 풍경으로 되돌아간 느낌이 든다.
나무타는 내가 진동하는 것도 연기가 자우룩한 마을을 내려다 보면 어쩐지 마음이 두서없어지곤 했다.
갈데가 없는 사람처럼 기웃대거나 머뭇대는 느낌은 어쩌지 못할 평생의 지병같다.
보름밥을 차리느라 새벽바람을 쏘인 탓인지 그로부터 내내 몸살이 깊어 기운을 잃고 허덕이다 보니 쓸데없이 시간을 허비한 나를 자책하는 것이
더해진다.봄이면 된통 앓곤 하던 것이 어릴적부터 있어왔다는 것을 더듬어보니 알겠다.
계절의 생기와 내몸의 리듬이 엇박자를 이룬다는 것도 새삼스럽다.
앞집언니는 거듭 울리는 전화에도 응답이 없었다.그녀는 빤한 거짓으로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것을 둘러댈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람의 습관이다.인성이기도 하다.
기대를 버려야 함에도 어리석은 나는 또 기대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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