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몇년전의 가을
적막한 산골을 더듬더듬 찾아가다 만나진 역
협곡열차가 지나는 브이라인 코스가 관광상품이 되어 발빠른 친구들은 그 긴 시간을 여행하고 각자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겠지. 어떤 친구는 마냥 좋지만은 않더라고 오랜 시간 앉아있어야 하니 엉덩이며 허리가 아프더라 일정이 빠듯해서
기차로 버스로 이동하며 촘촘하게 움직여야 했다는 후기를 간접경험삼아 듣기를 좋아하는데
내가 만난 간이역은 해가 지고 이내 캄캄절벽에 묻힌 곳이었다
전화기의 불빛으로 겨우 찾아낸 스위치로 불을 켜보았지만,그닥 밝지도 않아 인적 없는 역사는 무섭기만 했다
여기저기 이곳을 지나간 이들의 흔적이 있고,그들을 위한 살뜰한 배려가 있었지만,가지런히 정리된 책은 깨끗해서 내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을 슬쩍 챙겨오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눌렀다
사람을 태우지 않는 역이 늘고 그래서 문을 닫고 퇴락해가는 역이 한둘이 아니다
언니네 외손주녀석은 요즘 아이들이 그렇듯.유튜브영상에 빠져서 눈쌀 찌푸리게 하는 초등학교 2학년,녀석은 그래도 게임이나 어른들이나 볼법한 먹방 같은 것을 보는것만 아니라 이것저것 거의 중독자가 되어 패드를 놓지 않는데
녀석이 줄줄 외워대는 협곡열차의 역들 그만한 아이들이 스치는 과정의 반짝이는 기억력으로 녀석은
서울의 지하철노선을 줄줄 꿰기도 하는데,영상을 볼때마다 혼을 내는 내게 도전하기를 역이름을 맞춰보라고 그럴때마다
녀석이 좋아라 하게끔 더러 못 맞혀도 좋으련만.나는 간이역을 사랑하여 부러 찾아가보기도 하는 이모할매라는 걸 녀석은 모르지
지금쯤 현동이며 승부역엔 또 사람이 지나는 것보다 계절이 지나는 것이 더 느껴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