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붙이 하나 없이 전쟁을 겪고,오직 믿을 건 돈밖에 없다고 생각한 아부지는 참 열심히 근검절약하여 저축을 하고
불행하게도 아들 하나를 먼저 보낸 댓가로 꽤 여유있는 현금을 보유하기까지 농부로 평생을 사셨지만
이제 삼남매만 남은 친구의 아버지는 유난히 당신의 가진것과 영역에 집착이 심하셨다
아흔여섯 곧 백세를 바라보는 비교적 건강하신 그분은 귀가 어두운 것 외엔 큰 질병없이 거동하시지만
그래도 빠른걸음을 걷는다거나 보행이 자유롭지 않으셔서 걸음보조기를 밀고 다니시기에 외출이 어렵다
오랫만에 친정에 올 때마다 친구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딸의 대화를 듣노라면
서글프기도 하고,따뜻하기도 하다
아버지 편에서는 왜 돈에 대해 그토록 집착하시는지 그 이유를 헤아릴 것도 같은데,내가 타인이어서 그렇고
만약 내가 친구의 입장이라면 돈밖에 모르는 아버지라서 원망이 들고,미운 감정도 생겼을지도 모른다
친구와 그녀의 어머닌 얼른 억지가 심하고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노친네가 돌아가시기를 바라고 있지만
사람의 목숨이 그렇게 우리가 바라는대로 되는가?
여전히 건강한 식습관을 갖고 계시고 그 연세에 몇가지 드셔야 할 약이 자잘하게 있기는 해도,당장에 위험한 그런 지병이 있지도 않으니,두분은 늘 함께 다정한 모습으로 계시는 것을 뵙기에
비록 내 부모님은 아니지만,보기가 좋다.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밥을 이제 친구가 차려주고 함께 설거지 하고 그러지만
모처럼 가족이라는 분위기 자체가 내게는 훈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