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나온 내가 통학기차를 타고 내리면 죽어라 뜀박질하여 닿는 곳
큰길을 건너고 모퉁이를 돌면 또 하나의 모퉁이가 있고,하필 학교는 이름이야 좋은 청라언덕위에 있고,또
운동장을 가로질러야 교실로 드는 동선은 여간 아니라 헉헉대며 뛰느라 아침부터 진이 쭉 빠지곤 했었다
통학생이라고 봐주긴 커녕,늘 퉁주고 통학생에 대한 이미지가 안좋아서 원래는 기차통학을 허락하지 않는다는둥
그런 말로 위협하던 학생주임선생님은 그래도 그악한 분은 아니셨다
시골우등생이 도시 열등생이 되어가는 동안도 내내 유순했기만 하니,그런 사정을 다 감수하다가 어느날 새벽차를 타고 갔을 때 수위아저씨가 내게 의심의 눈초리로 집에서 오는 것이 아니제? 어디서 잤노? 그런 희한한 질문을 하며 모욕을 주었어도,참았다
담임선생님께로 그런 소식을 전했는지,선생님은 부러 그렇게 일찍 집을 나서야 했던 사정을 들으시고,그러지마라고 배려해주셨지만,고3때까지 혼자 참 열심히도 다녔다
프로야구가 시작된 해여서,야간자습에서 빠져나와 막차를 타러 가기 위해 언덕을 내려오면 멀리 야구장 조명이 환한게 보였었다
그리고,고3 여름방학 때였던가.교황님이 방문하셨을 때 마침 백년된 성당으로 교황님이 오시느라 특유의 빨간 모자와 유리차의 행렬이 지나던 길을 우리는 언덕에서 내려다 보았었다
삼일운동을 했다던 선배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하필 삼일절에 입학식이 있어서 입학하러 오던 날엔 시골 친구가 동행해 주었었다
진눈개비 내렸던 입학식날,질척이는 길을 걷던 기억이 난다
교복자율화는 시골부터 시작되었고,우리는 일년을 교복을 입어야 했는데,형편이 여의치 않은 날 위해 친구들은 읍내에서 누가 선배인지를 수배해 마침 그 선배의 옷을 얻어다 내게 주었다.그 선배언니와 내가 사이즈가 비슷해서 얼굴이 누군지도 모르는 이의 교복을 한해동안 입었는데,그 언니는 내가 가끔 가는 병원 아랫층에서 약국을 하신다
언니의 동생이 우리동기지만,나는 그친구와 같은 학교가 아닌 도회의 학교에 다녔으니..
유명했던 그녀 정여인이 더 유명했던 우리학교 합창단이었단 걸 입학하면서 우스개로 들었다
아..중동파 앰비씨 기자 이진숙씨가 선배기도 하고,우리 동창은 의원님 누구의 부인이자 그녀도 기자
서울사는 많은 동창들의 화려한 활동을 티비에서 보기도 한다
그 유명한 세월호의 주인공은 우리반 친구의 아버지고,우리가 한반이었을 때고 그녀는 특별했었지만,부유한 친구라는 것정도로만 알던 그녀는 예체능..그리고 티비에서 그녀를 보았다 오목조목 예뻤던 그녀가 살집이 있는 아낙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다른 동창들과 가끔 그친구 얘길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