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 열세개로 겨울을 건넌다
예전에 엄마는 창호지를 새로 바르며 겨울을 준비하셨다
세상에 겨울칼바람을 얇다란 문종이로 가려낼 수 있다니
참 신기하고,가련했다
예전에 엄마처럼 나도 겨울준비를 그렇게 했다
배추가 싸면 고추값이 비싸거나 고추가 헐하면 배추가 비싸니
늘 김장은 비싸다는 결론인데,
비싸서 마구 담궈 내지 못하는 대신 한자루에 팔천원 내다리통만한 무는 달고 아삭했으며
씩씩하고 싸근싸근해서 무를 썰고 양념을 대충 버무려 깍두기도 담그고 나박김치도 해서 겨울을 건널 준비를 했다.
김치냉장고가 없어 베란다에서 시어가는 깍두기는 겨울을 나고 봄을 맞으니 걱정거리가 되었다.
너무 시어져서 못먹게 될까봐 여기저기 퍼나르고도 아직 깍두기는 숙성중이다.
그래도,
용타.
저런것으로 근래 드물게 추웠던 겨울을 건넜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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