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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1

혼자

불행한 시대를 살아온 것이 우리부모님의 세대였다면

 어느정도는 부모의 불행도 답습인듯하니 현대판 신분제가 더 가혹하지않을까 가끔 생각한다

가난하던 시절 대식구를 거느려야 했던 가장은 딱히 직업을 갖기도 어려웠고,땅이 없으면 농사를 짓는 일도 여의치 않았으리라는 짐작을 하지만,그렇다고 다들 그렇게 자식들을 못 먹이고 가르치지도 못하진 않았으니 부모의 자격이 모자란 이들이 자식을 많이 낳고 또 그런 부모를 원망할 여유없이 스스로 개척해야 했던 각자의 앞날이 크게 어긋나지는 않았건만

가난한 것도 모자란 것도 아닌 부모님의 가장 불행은 아마도 화기애애한 관계를 가지지 못한 것이다

맏이는 이제 노년이 되어 모든 것이 둥그렇게 부들럽게 안을 수 있을 나이가 되었건만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불행했던 시간을 곱씹으며 다른이들까지 힘들게 하는가 하면 자신이 누리고 있는 복을 감사하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은퇴했을 나이에도 여전히 남편의 월급을 받아 생활하고 그나이에 부부가 화합하진 못해도 함께 할 수 있고

자식들은 나름 자기들의 몫을 살고 있으니 부모의 노릇을 다했으면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고 챙기기도 하련만

사람 바뀌지 않으니

보살피지 못한 막내동생에게 자신의 자식들이 해야할 노릇을 바라는 것이 마뜩찮고 경우가 없다는 생각을 넘어 뻔뻔스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인연이 잘못이면,모질게 끊어야 하건만 번번히 나는 물러터져 반듯한 사과도 못받고 경우없는 그들에게 당하기만 하니

속으로 억울하고 분해도 겉으로는 늙어가는 언니들이라 천번이고 만번이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마냥 울혈이 차올라

꼭대기로 향한다

첩첩의 능선 가릴 것 없는 시야가 잠깐은 속이 트이고 꾹꾹 눌렀던 감정도 진정되는듯하다

저만치 내가 지나온 골짜기가 보이고 또 골짜기를 내려갈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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